붉은 사막 낙타 한 마리

뭄바이 1st - 아마노 본문

Incredible India

뭄바이 1st - 아마노

이쁜아코 2011.01.06 23:25

아마노는 과감히도 길거리에서 나를 헌팅했다!

뭄바이 여행 첫날부터 화려한 쇼핑 유혹에 정신 못차리고 거리를 헤집고 다니다 거리 샌드위치 가게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있을 때였다. 
"매운 커리맛 샌드위치는 처음이죠?"라며 말을 걸어온 아마노.

포니테일로 깔끔하게 묶어 넘긴 곱슬머리와 유창한 영어 때문에 나는 그가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 놀러 온 관광객인 줄만 알았다. 알고보니 영국 출신 가문의 인도인이라고.

출신이야 어떻든 뽀샤시 꽃미남과 거리가 먼 당신은 전혀 내 관심사가 아니었으므로, 간단히 스몰톡 몇 마디에 짧은 대꾸를 하고 돌아서려는데, 이 아저씨, 참 집요하셨다. 나에게서 거부할 수 없는 카르마(운명...뭐 그 비슷한 것)를 느꼈다나 뭐라나. 저녁식사에 꼭 초대를 하고 싶다 하셨다. 그러나 귀하게 자란 꽃처녀 우리들은 어릴 때부터 숱하게 들어오지 않았던가. 모르는 아저씨는 따라가면...안, 된, 다,라는 거. 순진한 미소 뒤 시커먼 너의 속마음을 모를 쏘냐! 

"전 아직 어려서요, 중년의 신사분에겐 관심이 없어요."
캬아, 이 얼마나 당차고도 예의바른, 또한 정직한 거절인가.

그러나 포기를 모르는 아마노는 끈질기게 부탁을 했고, 자신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으니 '지나친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며 나를 설득했다. 결국 현관에서 그대의 어머니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바로 돌아온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나는 마음을 문을 열었다. 사실, 딱히 할 일도 없었고, 첫날 외딴 곳에서 혼자 저녁을 먹는 게 살짝 외롭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였다.

택시에서 내린 곳은 으리으리한 아파트 앞. 어째, TV 세계기행 프로그램에서 봤던 단칸방 인도집과는 매우 다른걸? 꿋꿋히 쥐고 있던 나의 경계심은 눈녹듯 사라지고, 금세 호기심이 발동하여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따라 올라갔다. 어익후, 흠... 이 분. 꽤 사는 놈이셨군.

높은 천장의 복도를 따라 들어가니 고풍스런 가구들이 차분히 진열된 응접실이 펼쳐졌고, 내 책상 두 배만한 크기의 탁자에는 당장 정물화라도 그려야 할 것 같은 색색가지 탐스런 과일이 바구니에 어여쁘게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 노란장미를 꽃병에 꽂고 계신 백발의 할머니.

"Hello, sweet heart, how are you?"

처음보는 나에게 너무나도 친근하게 포옹을 해주신 마마. 그날 저녁 나는 그곳에서 마마가 정성껏 차려주신 진수성찬을 배불리 먹었다. 아마노는 좋은 날을 위해 아껴두었다는 쉬라즈 한 병을 기꺼이 따주었고, 그 와인 때문이었는지, 기분 좋은 밤기운 때문이었는지, 나는 인도 도착 이후 처음으로 모든 마음의 부담을 떨칠 수 있었다. 곧 아마노 아저씨와의 길고 긴 대화가 이어졌다. 영국에 온 듯한 느낌의 그곳에서 하염없이 재즈를 들으며. 문득 인도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신고
4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