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사막 낙타 한 마리

뭄바이 2nd - 담배, 와인, 재즈 본문

Incredible India

뭄바이 2nd - 담배, 와인, 재즈

이쁜아코 2011.01.18 22:38

뭄바이 여행 이틀째 되던 날,
아마노 아저씨와 근처 ‘엘리판타’라는 섬에 놀러 갔다가 뜻하지 않은 부상을 당했다.
길가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날카로운 유리조각에 나의 여린 발이 찔렸던 것.
한 시간 이상이나 피가 멈추지 않아, 나는 공포심에 거의 졸도 직전이었다.
다행히 경험 많은 아마노의 아저씨의 탁월한 응급처치 기술로 몸과 마음의 평정을 찾은 뒤
곧장 뭄바이 시내 클리닉 센터로 갔다.

꿰맬 만큼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인도에서는 감염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철저한 소독과 항생제 복용이 필수라 했다.
(아무래도 아직 위생 관념이 적은 인도에서는 작은 상처 하나도 그냥 넘어가면 안된다.
반드시 적절한 소독과 항생제를 복용해야 2차 감염을 막을 수 있다.
경험자의 말씀이다.)

이 부상으로 인해
다음날 다른 도시로 떠나기로 했던 나의 계획은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의사 선생님이 최소 하루는 온전히 휴식을 취해야 한다며 신신당부를 했고,
붕대로 칭칭 감은 발로는 제대로 걸을 수도 없었기 때문. 
700루피나 들여 예약해 둔 다른 도시행 버스는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바이바이~.

(엘리판타 섬에서 돌아오는 길에 찍은 뭄바이 앞바다.
다친 다리를 부여잡고 바다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그저 착찹했지만, 아름다운 것은 사실)




그러자 친절한 아마노 아저씨는 자신의 집에서 머물라며 강권하셨다.
남에게 폐 끼치지 싫다 몇 번을 말했지만,
그분은 그길로 나의 게스트 하우스에서 체크 아웃을 감행,
기어이 내 가방들을 들쳐메고 예의 그 럭셔리 빌라로 나를 이끌었다.

행인지 불행인지,
부상을 계기로 나는 팔자에도 없던 호사스런 인도 상류층 생활을,
마치 이제껏 그래왔던 것 마냥, 맘 편히 즐길 수 있었다.

내 방에 있는 식탁의 두 배나 되는 탁자에서
요리책 예시 사진으로나 봤을 근사한 식사를 끼니때마다 받았고,
와인과 맥주가 무한 제공되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화초 가득한 베란다가 딸린,
높은 침대가 있는 나만의 방에서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 뒹굴며 맘껏 책을 읽고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것.

                                     

재즈에 일가견이 있는 아마노는 내가 전혀 접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재즈곡들을 밤새 틀어주었다.
담배, 커피, 맥주, 이야기, 음악, 음악, 음악...
이건 확실히 오성급 호텔 스위트룸보다도 훨씬 좋은 숙소였다.
인도로 떠나기 전 바퀴벌레가 나오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물겠거니 예상했는데…,
내가 정말 인도에 있는 것인지 잠자리에 들 때마다 반문해보았다.

이로써 이번 여행은 매우 특별해졌다, 처음부터.

결국 나는 아마노의 집에서 나흘을 더 머물렀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신고
2 Comments
댓글쓰기 폼